섬과 자연이 주는 위로

바다 그리고 섬을 품다

trueye 2013. 3. 15. 16:58

 

 

인천일보 노형래 기자가 <바다 그리고 섬을 품다>(이너스 출판사)를 발간했다.

'현장기자가 본 10년 간의 섬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은 노형래 기자의 <바다 그리고 섬을 품다>는 인천의 섬 생태와 섬과 바다에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현장 보고서이다.

섬과 관련한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지만 이중 대다수는 여행기 내지는 여행 안내서에 그치고 있다.

우리에게 섬은 신비롭고 미지의 고도이지만 섬에 대한 이 같은 접근은 섬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섬에는 엄연히 보편적인 인간의 삶이 있고 자연의 생태가 존재하고 있다.

지역언론 기자로는 거의 유일무이하게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해온 노형래 기자는 이 책을 통해 지난 10년 간 인천의 섬들을 탐사하고 섬의 역사와 환경, 생태, 주민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섬의 생태를 탐사하면서 인천의 미래를 전망한다.

노형래 기자는 2003년 인천앞바다바로알기 탐사단의 일원으로 취재를 시작하면서 섬들이 간직하고 있는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섬에 대한 노 기자의 애정과 책임감은 무려 10년 동안 이어졌다.

그는 해외의 섬에 대한 공부도 하고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바다 생태를 탐사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섬을 하룻밤 낭만을 즐기는 관광지로 바라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노형래 기자가 목격하고 가슴에 품은 섬은 "어족은 씨가 마르고, 민박 사업은 외지인들에 밀리고, 자연경관을 지키고 수 세대를 이어온 섬 사랑은 곧 절망으로 이어지고, 섬을 떠나는 절박함으로 내몰리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그의 섬 탐사 보고는 섬의 처연한 모습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1부 '가슴 속에 들어온 바다'에서 저자는 섬의 지치고 외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먼저 40개의 섬으로 이뤄진 덕적군도의 섬들을 탐사하면서 섬의 아름다운 비경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덕적군도 섬의 63%를 외지인과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밝혀낸다.

섬 개발을 둘러싼 자본의 논리를 지적하고 섬의 지속적인 보존과 발전을 위한 대안을 찾는다.

 

 특히 1부에서 저자는 각흘도, 낭각흘도, 장구도, 벌섬, 오도, 가도, 선미도, 묵도 등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무인도를 탐사하고 무인도의 자연경관과 해양생태를 기록하고 있다. 서해 무인도에 대한 탐사보고는 흔하지 않은 일로 학술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자 기록이다.

또한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 사업으로 파괴되는 섬의 실태를 현장 고발하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 현황과 이로 인한 생태 파괴, 어민 피해 상황을 고발한다.

바닷모래 채취는 바다 생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어족자원이 고갈돼 직접적으로 어민들의 생계를 어렵게하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인 백령도 사곶사빈과 백령도 콩돌해안, 장봉도 갯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바다 생태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인천의 바다와 섬이 품고 있는 분단현실에도 주목한다.

남북의 두 차례의 해상교전과 북한의 포격이 벌어진 현장인 연평도를 직접 찾아 전쟁과 분단이 야기하고 있는 갈등과 상처를 목격한다.


인천의 조그마한 섬에서 시작한 그의 섬과 바다 탐사는 멀리 바다 건너 유럽과 동남아시아까지 향한다.

2부 '세계 해양 도시를 가다'에서는 독일, 네덜란드 갯벌국립공원과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섬들의 에코투어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독일의 슐레스비히-홀스타인 해양국립공원에서는 독일 연방정부와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 정부가 공동으로 국립공원을 운영하고 여기에 민간회사가 교육, 안내, 관광 상품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민관 협력 시스템을 살피고 있다.

인하대 최중기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 국립공원을 추진하는 강화갯벌과 수도권 해상 국립공원을 꿈꾸는 덕적군도가 있으며, 서해의 해금강인 백령도와 대청도가 있다. 분단의 아픔 속에 과거의 영광을 잊어야 하는 연평도와 서해 5도의 슬픔이 있으며, 개발의 압력 속에서도 오롯이 미래를 꿈꾸는 굴업도와 석모도가 있다. 또한 통일 한국의 바닷길이 될 교동도, 미법도, 말도의 꿈이 담겨 있다"며 "인천 섬들의 속살까지 속속들이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평하고 있다.
 
저자 노형래 기자는 "강화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과거 섬 주민들의 자부심과 풍요로움을 보고 느꼈으나 10년 전 섬을 탐사하면서 그들에게서 더 이상 삶의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스스로 섬에 대한 고민을 풀고자 하나씩 자문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했으며 인천의 모든 섬의 고민을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212쪽, 1만3000원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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