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17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을 끼고 있는 해양 도시다. 바다와 섬 그리고 갯벌의 도시 인천. 하지만 그 기억이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슬픈 도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10여년 간 크고 작은 섬을 찾을 때마다,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눈 부시게 아름다운 검푸른 바다를 헤티고 배를 타고 섬을 오갈 때면, 푸근한 어머니의 품이 생각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아버지의 거칠고 찢겨진 손이 생각났다.

 

 보는 이의 넋을 빼놓는 인천 바다와 섬 풍경을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은 더 커지고 있었다.

섬에서 지내는 하루 밤 낭만을 즐기기에는 우리 인천 섬과 그 안에서 평생을 바다와 씨름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슬픈 표정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족은 씨가 마르고, 민박 사업은 외지인들에게 밀린다. 자연 경관을 지키고 수 세대를 이어온 섬의 사랑은 곧 절망으로 이어지고, 섬을 떠나는 절박함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과 제대로된 의료서비스는 포기한 지 오래가 됐다. 툭 하면 끊기는 뱃길은 이제 푸념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그래도 내 고향 섬을 등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현재 섬에 남아있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그러했듯 아름다운 섬을 지키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10년 동안 섬을 취재하며 만나본 주민들의 소망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저 생계 터전인 바다와 섬을 지키며 아이들 공부만 시켰으면 하는 소박한 꿈이었다. 대규모 도서 개발보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쳔혜의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먹고 살고 싶을 뿐이다. 그 소박한 꿈을 언제부턴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우리들이 외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이작도, 장봉도, 신·시도, 자월도, 백령도, 승봉도 등 인천을 대표하는 섬 주민들의 사정은 좀 낫다. 여름 성수기 한 철 민박 장사와 갯벌과 바다에서 주는 풍요로움이 조금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적군도의 문갑도, 장구도, 지도, 울도, 서해5도의 연평도, 소연평도, 소청도, 대청도, 교동도, 석모도, 볼음도, 미법도, 주문도 등 낙도의 주민들은 아름다움과 수산물의 풍요로움만 보고 살기에는 너무나 서러운 곳으로 변하고 있다. 해변으로 몰려드는 육지 쓰레기 문제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관할의 섬은 모두 유무인도 172개 정도로 조사되고 있다. 다리로 육지와 연결이 되고, 매립으로 섬이 사라지면서 그 수치는 수시로 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천의 갯벌은 끝도 보이지 않는 매립 정책으로 거의 다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인천 갯벌을 중심으로 조력발전소 개발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갯벌은 다시 한번 큰 시련을 맞고 있다. 수 만년간 조수의 간만과 한가의 흐름으로 한국 갯벌의 고유한 생태적 가치를 보유한 인천의 갯벌이다. 그 물길이 조력방조제로 막히고, 다리가 놓이면 현재의 우리 갯벌은 죽을 수 밖에 없다.

 

 바다 위의 별이라 불리우는 덕적군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의 자랑하는 굴업도. 그 굴업도에 소수만이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리조트와 골프장이 들어서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바다 생물의 엄마 품인 바닷모래는 건설용 골재로 이미 밑 바닥이 들어날 정도로 수 십년간 없어지고 있다.

신의 선물을 탐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우리들이다.<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