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저널리스트 노형래의 시선

사람과 새가 공존하는 생태공원을 꿈꾸며

trueye 2023. 4. 3. 13:08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두루미와 황새 그리고 큰고니가 노닐고, 여름에는 전 세계 6,000여 마리밖에 없는 저어새가 휴식을 취하는 곳. 희귀 조류뿐 아니라 여름과 겨울철이면 수만 마리의 오리류와 기러기류가 휴식을 취하는 새들의 낙원.

 

2022년 3월 수도권매립지 안암호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황새. 과거 황새는 우리나라 텃새였으나 현재는 멸종한 상태. 국립종복원센터에서 복원 중.

 

여기까지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세계 유일의 생태공원을 얘기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곳은 놀랍게도 바로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인 수도궈매립지 안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인천광역시 서구와 경기도 김포시 경계에 위치한 안암호.

 

 

현재는 쓰레기 매립지 4공구로 지정되어 있는 수도권매립지 안안호 배후습지 모습.  이 곳은 현재 많은 철새들의 낙원이며  국제적인 희귀 멸종위기 종의 서식처로 서서히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안암호 일대는 지난 1980년 이전까지 드넓은 갯벌이었다. 지난 1977년부터 1984년까지 안암호를 비롯한 그 일대 갯벌은 천연기념물 제257인천 연희경서동 두루미서식지로 지정돼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제방을 쌓고 갯벌을 메워 세계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로 조성되면서 두루미, 황새, 저어새, 큰고니 등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수많은 생명의 고향이었던 갯벌이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산으로 변해가며 더 이상 새들이 오지 않게 된 것이다.

그 후 40. 아직은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은 매립 예정지(4매립지) 일부가 안암호라는 이름의 갈대 배후 습지로 조성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멸종위기종인 철새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2023년 3월 안암호 배후습지에서 약 40여 마리의 큰고니가 노닐고 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엔 언제나 희귀동식물이 넘쳐나는 법이다. 안암호 수위보다 높은 인공섬을 만들면 인천시 깃대종이며, ‘천연기념물 205-1인 저어새가 둥지를 틀 것이다. 이와 함께 배후 습지에 삵, 너구리와 같은 천적이 접근하기 힘든 습지 섬을 만들면 인천의 시조 두루미도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안암호와 배후 습지 지역을 쓰레기 매립지 예정부지(폐기물처리부지)에서 해제하고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많은 생명과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안암호를 조성한다면 인천의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인천시 굿모닝인천 4월에도 게재됩니다.